통일되면 평양 출신 아이돌이 서울 음악방송에 나오는 날이 올까요?
이 질문도 독일을 보면 꽤 재미있습니다.
독일은 통일됐지만 동독 문화가 서독문화 속으로 그냥 사라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독일은 통일 직후 ‘문화 충격’을 겪었습니다
서독의 상품·방송·광고·대중문화가 동독지역으로 빠르게 들어왔습니다.
동독의 기존 방송과 신문 가운데 상당수는 사라지거나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처음에는 서독식 소비문화가 압도적으로 들어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독 사람들이 자신의 옛 생활문화와 경험을 다시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오스탈기’라는 말까지 생겼습니다
동독을 뜻하는 `Ost`와 향수를 뜻하는 `Nostalgie`를 합친 표현입니다.
옛 동독 제품과 디자인, 음식, 생활방식을 다시 찾는 문화가 생겼습니다.
정치체제를 그리워한다는 의미로만 볼 수 없는, 사라진 생활과 정체성을 기억하려는 문화현상이기도 했습니다.
북한 간식이 복고상품이 되고,
지역말이 예능 유행어가 되고,
평양식 디자인이 패션으로 재해석되고,
사라질 것 같던 음식과 음악이 오히려 더 인기 있어질 수도 있습니다.
독일은 오히려 동독의 일부 생활문화가 전국으로 퍼졌습니다
통일 초기에는 동독 방식이 뒤처진 것으로 취급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독의 보육·여성취업문화나 일부 의료체계처럼 전국적으로 다시 주목받은 요소도 있었습니다.
즉 문화통합은 한쪽이 다른 쪽을 완전히 덮는 과정만은 아니었습니다.
북한 사투리가 예능의 캐릭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통일 초기에는 말투 자체가 낯설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독일처럼 시간이 지나면 지역말이나 생활문화 가운데 하나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북한 음식은 ‘북한 음식’이라는 이름을 언제까지 달고 있을까?
처음에는 평양·함흥·신의주라는 지역성이 강한 상품으로 소비될 수 있습니다.
그러다 한 세대가 지나면 그냥 한국의 지역음식 가운데 하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화 차이는 생각보다 오래 남을 수도 있습니다
독일은 통일 30년이 지나서도 동독 정체성에 관한 연구와 논쟁이 계속됐습니다.
2016년 조사에서도 많은 동독 주민이 여전히 동독지역과 강한 정체성 연결을 느낀다는 결과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남북 통일 뒤 K문화는 더 넓어질 수도 있습니다
K팝·드라마·패션이 북쪽으로 퍼지는 것만 상상하면 절반입니다.
북한의 음악·지역음식·말투·전통·생활문화가 남쪽으로 들어오고 서로 섞이면서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독일의 35년을 보면 문화는 법보다 천천히 합쳐졌고, 합쳐지는 과정에서도 지역정체성은 남았습니다.
남북도 시간이 지나면 ‘북한 문화가 사라진다’기보다 지금보다 훨씬 넓어진 한국문화 안에 새로운 지역문화로 남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